인간의 골격근이 순발력에 유리한 사람과 지구력에 유리한 사람으로 나뉘는 근본적인 이유 가운데 하나는 근섬유의 구성 비율에 있다. 같은 훈련을 받아도 어떤 이는 단거리 폭발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어떤 이는 장시간의 지구성 운동에서 강점을 보이는데, 이러한 개인차의 상당 부분은 지근과 속근의 상대적 비율에서 비롯된다. 본 글은 지근·속근 비율이 유전적으로 어떻게 결정되는지, 그리고 그 결정에 관여하는 주요 유전자와 후천적 요인의 경계가 어디까지인지를 학술적 관점에서 정리한다.

▍ 근섬유 유형의 기본 구분과 개인 간 편차
골격근을 구성하는 근섬유는 수축과 대사 특성에 따라 크게 지근(제1형, Type I)과 속근(제2형, Type II)으로 나뉜다. 속근은 다시 제2a형과 제2x형으로 세분되며, 이 세 유형은 수축 속도, 피로 내성, 에너지 대사 경로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지근은 미토콘드리아와 모세혈관, 미오글로빈이 풍부하여 산소를 이용한 유산소성 대사에 의존하고, 그 결과 피로에 강하며 오랜 시간 힘을 유지한다. 반면 속근은 무산소성 대사를 통해 빠르게 에너지를 생성해 큰 힘과 순발력을 발휘하지만 상대적으로 빨리 지친다.
주목할 점은 사람마다 이 비율이 크게 다르다는 사실이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 골격근에서 제1형 근섬유가 차지하는 비율은 개인에 따라 대략 15퍼센트에서 85퍼센트에 이르는 넓은 분포를 보인다. 제2a형과 제2x형 역시 상당한 범위에서 변동한다. 이처럼 큰 편차는 단순히 훈련 이력만으로 설명되지 않으며, 상당 부분이 유전적 배경에 기인한다는 점이 여러 계보 연구와 쌍둥이 연구를 통해 확인되어 왔다.
▍ 유전이 결정하는 비율은 얼마나 되는가
지근·속근 비율의 유전적 기여를 평가하는 고전적인 방법은 쌍둥이 연구다. 유전자를 100퍼센트 공유하는 일란성 쌍둥이와 약 50퍼센트를 공유하는 이란성 쌍둥이의 근섬유 조성을 비교하면, 형질의 변이 가운데 유전으로 설명되는 몫을 추정할 수 있다. 이러한 연구들은 근섬유 유형 조성의 유전율(heritability)이 대체로 절반 안팎, 즉 45퍼센트에서 50퍼센트 이상에 이른다고 보고한다.
이 수치가 시사하는 바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해석될 수 있다. 한편으로 근섬유 비율의 절반가량이 유전으로 규정된다는 것은 타고난 소질의 영향이 결코 작지 않음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으로 나머지 절반은 환경, 즉 훈련의 종류와 강도, 신체 활동 이력, 노화, 영양 상태 등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따라서 근섬유 구성은 전적으로 운명 지어진 것도, 전적으로 노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닌, 유전과 환경이 함께 작용하는 복합 형질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아래 표는 쌍둥이·계보 연구에서 대체로 합의되는 유전적 기여의 범위를 정리한 것이다. 수치는 연구 집단과 측정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절대값이 아니라 경향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타당하다.

표에서 확인되듯, 근섬유 비율뿐 아니라 훈련에 대한 반응성 자체도 상당한 유전적 성분을 지닌다. 즉 같은 프로그램을 수행해도 근섬유가 적응하는 폭이 사람마다 다르며, 이 역시 타고난 유전적 배경의 영향을 받는다.

핵심 유전자 1: ACTN3와 알파-액티닌-3
지근·속근 비율과 관련해 가장 널리 연구된 유전자는 ACTN3다. 이 유전자는 알파-액티닌-3(α-actinin-3)라는 단백질의 생성을 지시한다. 알파-액티닌-3는 근절의 Z선(Z-disk)에 위치하는 구조 단백질로, 액틴을 비롯한 수축 장치의 구성 요소를 결합해 근섬유의 구조적 안정성에 관여한다. 이 단백질의 결정적 특징은 주로 속근, 즉 제2형 근섬유에서만 발현된다는 점이다.
ACTN3 유전자에는 R577X(rs1815739)라 불리는 다형성이 존재한다. 이 변이는 조기 종결 코돈을 만들어 정상적인 알파-액티닌-3 단백질이 생성되지 못하게 한다. 두 개의 대립유전자가 모두 이 변이형(XX형)인 사람은 알파-액티닌-3가 완전히 결핍된다. 연구 보고에 따르면 서구 집단에서 XX형은 대략 16퍼센트 안팎을 차지하며, 정상 기능을 하는 RR형이 약 36퍼센트, 중간형인 RX형이 약 48퍼센트로 나타난다. 다만 이 분포는 인종과 집단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
알파-액티닌-3가 결핍된 XX형 개인은 속근섬유의 비율이 낮아지고 지근섬유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다. 동물 실험에서도 이 단백질이 없는 개체의 빠른 근섬유가 대사적·수축적으로 느린 특성 쪽으로 이동하는 양상이 관찰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정상 기능형은 순발력·파워 종목 엘리트 선수에게서 더 흔하게 나타나는 반면, 결핍형은 지구력 특성이나 추위에 대한 저항과 같은 형질에서 이점을 지닐 수 있다는 가설이 제기되어 왔다. 다만 ACTN3 하나가 근섬유 비율 전체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며, 이 유전자는 근섬유 유형 유전율에 기여하는 여러 인자 가운데 하나로 이해해야 한다.
핵심 유전자 2: ACE와 그 밖의 관련 유전자
ACTN3와 함께 가장 많이 연구된 유전자는 ACE(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유전자다. ACE 유전자에는 삽입/결실(I/D, rs1799752 계열) 다형성이 존재하며, 이 변이는 체내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의 활성 및 혈관·대사 조절과 연관된다. 여러 연구에서 삽입형(I)은 지구력 형질과, 결실형(D)은 파워 형질과 관련되는 경향이 보고되었으나, 결과가 항상 일관되지는 않는다. 실제로 일부 집단 연구에서는 종전의 예상과 반대되는 연관성이 관찰되기도 하여, ACE의 효과는 집단과 성별에 따라 방향이 달라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근섬유 조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지목되는 유전자는 이 둘에 국한되지 않는다. 저산소 유도 인자와 관련된 HIF1A, 혈관내피성장인자 수용체를 부호화하는 KDR(VEGFR2), 안지오텐신 II 수용체 관련 유전자 등 여러 다형성이 근섬유 유형 분포와의 연관성 측면에서 검토되어 왔다. 이러한 사실은 지근·속근 비율이 단일 유전자가 아니라 여러 유전자의 미세한 효과가 누적되어 형성되는 다인자 형질임을 뒷받침한다. 다음 표는 근섬유 조성 연구에서 자주 언급되는 주요 유전자를 간략히 비교한 것이다.


▍ 유전과 성별·집단에 따른 차이
흥미로운 점은 유전자의 효과가 성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ACTN3와 ACE 다형성이 남성의 근섬유 조성과는 유의한 상관을 보인 반면, 여성에서는 뚜렷한 상관이 관찰되지 않았다. 이는 호르몬 환경을 비롯한 생물학적 요인이 유전자의 발현 효과를 조절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또한 근섬유 유형 분포 자체에도 성차가 존재하여, 평균적으로 남성과 여성의 제1형·제2형 비율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보고된다.
집단 간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ACTN3 결핍형의 빈도는 인종과 지역에 따라 큰 폭으로 달라지며, 이는 인류가 다양한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유전적 다양성과 연결된다. 따라서 특정 유전자형과 운동 능력의 관계를 논할 때는 어떤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인지가 중요한 전제가 된다.
▍ 후천적 요인과 유전의 경계
지근·속근 비율이 유전에 의해 상당 부분 규정된다는 사실이 곧 훈련의 무용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훈련은 근섬유의 대사적·기능적 특성을 상당한 정도로 변화시킬 수 있다. 특히 속근 내부의 하위 유형인 제2x형과 제2a형 사이의 전환은 훈련에 따라 비교적 유연하게 일어난다. 지구성 훈련은 속근의 산화 능력을 높여 제2a형 쪽 특성을 강화하고, 지구력 지향적 대사 프로필을 촉진한다.
반면 지근과 속근이라는 큰 범주 사이의 완전한 전환, 즉 제1형과 제2형 사이의 상호 변환은 훨씬 제한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다. 이 지점에서 학계의 관점이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일부 연구자는 극단적이고 장기적인 훈련이 유형 간 이동을 어느 정도 유도할 수 있다고 보는 반면, 다른 연구자는 그 변화의 폭이 크지 않으며 타고난 비율의 틀 안에서의 조정에 가깝다고 본다. 확실한 것은 노화와 함께 근섬유 조성이 변한다는 사실이다. 나이가 들수록 속근섬유의 위축과 감소가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며, 이로 인해 순발력과 최대 근력이 먼저 저하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측정의 어려움과 유전자 검사의 한계
개인의 지근·속근 비율을 정확히 파악하는 표준적인 방법은 근조직 생검이다. 근육에서 소량의 조직을 채취해 근섬유 유형을 조직학적으로 분석하는 이 방법은 정밀하지만 침습적이어서 일반적인 목적으로는 적용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비침습적으로 근섬유 비율을 추정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근전도 기반 지표 등을 활용해 생검 결과와의 상관을 통해 비율을 예측하려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ACTN3나 ACE 같은 특정 다형성을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여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이들 유전자는 각각 근섬유 비율 변이의 일부만을 설명하며, 실제 표현형은 여러 유전자와 환경의 복합 작용으로 결정된다. 따라서 단일 유전자 검사 결과만으로 개인의 운동 소질을 단정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신중하지 못한 접근이다. 관찰된 훈련 반응과 실제 운동 수행이 유전자형 자체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실질적 지표가 되는 경우가 많다.
결론: 소질과 노력이 함께 만드는 근육
지근·속근 비율의 유전적 결정 요인은 오랜 연구를 통해 상당 부분 밝혀졌다. 쌍둥이 연구는 근섬유 유형 조성의 절반가량이 유전에 의해 규정됨을 보여주었고, ACTN3의 R577X 다형성과 ACE의 삽입/결실 다형성을 비롯한 여러 유전자가 그 기저 기전으로 지목되어 왔다. 그러나 동시에 나머지 절반은 훈련과 환경, 노화 같은 후천적 요인에 열려 있으며, 특히 속근 하위 유형의 조정이나 근섬유의 대사 특성 변화는 노력으로 상당히 이끌어낼 수 있다.
결국 지근·속근 비율은 유전이라는 밑그림 위에 훈련이 세부를 채워 나가는 형질로 이해하는 것이 균형 잡힌 관점이다. 타고난 소질은 출발점의 유불리를 규정하지만, 그 안에서 실제로 발현되는 능력의 폭을 넓히는 것은 지속적인 훈련과 관리다. 자신의 신체 특성에 관심이 있다면, 단일 유전자 검사에 의존하기보다 실제 운동 반응을 관찰하고 목적에 맞는 훈련을 꾸준히 병행하며 근섬유의 잠재력을 넓혀 가는 접근이 보다 현실적이고 유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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